신경완 전 북한정무원 부부장 공개(증언 납북인사 그때 그순간 2) 탈진 김규식 입원요구 거부당해 요인들
  이름 : 관리자 날짜 : 2005-09-26 11:48:17 조회 : 2035  
  파일 : 19911003-2.pdf
일행이 황주 가까이 다가갔을 때 비행기들이 또 공습을 가했다. 납북인사들은 재빨리 차에서 멀리 떨이진 곳에 엎드려 몸을 숨겼다.

일행이 평양 남쪽 중화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이르자 동이 트기 시작했다. 10월1일이었다. 이들은 공습을 피하기 위해 샛길로 접어들어 해가 떠오를 때까지 걷다가 산밑 농가에서 아침 식사를 시켜 먹었다. 발병이난 사람들은 부르튼 발을 찬물에 담근후 실에 먹물을 묻혀 바늘구멍을 내거나 성냥으로 지져 물집을 없앴다.

일행은 다시 걸어서 10월2일 새벽 대성산 골짜기에 있는 큰집앞에 도착했다. 평양의 동쪽 외곽지대인 노성리에 솟은 이 산은 시내를 병풍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행은 이틀동안 식사시간을 빼놓고는 방에서 잠자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인솔자 김관섭과 수행원들은 얼씬도 하지않았다. 서울에서 함께 떠난 요인들은 30여명이었다. 이 가운데 방응모 김명준은 서흥에서 폭격으로 목숨을 잃고 몇사람은 중경상을 입고 그곳 병원에 떨어졌다.

대성산 골짜기 초대소에 머무른 인사들은 김규식 조소앙 조완구 오하영 윤기섭 유동열 최동오 안재홍 정광호 이강우 장덕로 장연송 오정방 원세훈 김헌식 권태양 김흥근 안우생 권태희를 비롯,25명이었다.

10월10일 김일성의 후퇴명령이 내려진뒤 평양에 대한 폭격은 엄청났다. 평양시는 온통 불바다가 됐다.

10월12일 당국자들이 나타나 "평양에 있을 수 없으니 안전한 강계로 옮기라는 명령이 있어 오늘밤 중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일행중 몇사람이 "더이상은 죽인다해도 갈수 없고 죽어도 좋으니 우리를 평양에 떨구어 놓고 가라"고 버티었다.

북측 사나이들은 요인들이 좀처럼 일어서려고 하지않자 "차로 모셔라-"고 수행원과 경비원에게 지시했다. 수행원과 경비원들은 요인들에게 일제히 달려들어 팔다리를 붙잡고 차에 강제로 태웠다.

차가 개천을 다 지나갔을 때 비행기 한대가 조명탄과 폭탄을 터뜨리고 기총을 마구 쏘아댔다. 두대의 차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일행은 작은 길을 따라 자강도 희천까지만 걸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환자인 김규식 조완구 유동열 등은 젊은 수행원과 경비병들의 등에 교대로 업혀갔다. 이들은 높은 산과 고개를 넘고 수많은 개울과 도랑을 건너는 힘든 행군끝에 10월18일 새벽녁에 희천 부근에 이르렀다.

유동열은 희천까지 오는 도중에 병세가 악화돼 의식마저 잃었다. 일행은 급한대로 농가에서 단방약으로 쓰는 약초를 구해 달여 그의 입에 떠넣어 주었다. 결국 그는 10월18일 낮 김규식 조소앙 조완구 등 오랜세월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임정요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동오의 무릎에 몸을 기댄채 숨을 거두었다.

일행은 유동열의 장례를 치른뒤 희천역에서 군용 화물열차를 타고 전천까지 갔다. 전천에서 한나절을 보낸 이들은 자정이 넘어 전천역에서 다시 화물열차를 타고 강계를 향해 떠났다.

납북인사들은 11월 중순 만포의 별오동에서 먼저 들어와있던 인사들(협상파,참여파,자진출두자)과 합류했다.

이들은 병을 앓고 있는 김규식을 비롯해 조소앙 안재홍 오하영 윤기섭 송호성 엄항섭 최동오 정광호 장연송 장덕로 이강우 원세훈 명제세 등 임정요인 및 정치인들,김약수 노일환 등 국회프락치사건 관계자들,백관수 구중회 유기수 백상규 신석무 박철규 등 국회의원,그리고 김효석 김용무 등 고위급 관료 등으로 모두 40여명이었다.

일행이 도착한 다음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무릎까지 쌓였다. 찬바람과 함께 세찬 눈보라가 몰아쳤다.

관계자들은 일행을 산골에 데려다놓고 경비를 세워 바깥출입을 막는 등 사실상 감금상태에 놓아두고는 한동안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납북인사 일행은 11월초의 어느날밤 밖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잠을 깼다.

모두들 놀라 바깥을 향해 귀를 기울이니 중국말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이 방문을 열고 보니 수많은 중국 군인들이 긴 대열을 이루고 서서 경비병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한참 있다가 중국군 대열에서 뛰어온 통역이 경비병들에게 우리말로 "우리들은 중국인민지원군으로서 모택동주석의 지시에 따라 조선인민과 인민군대를 도우러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군은 밤새 행렬을 지어 산골짜기로 한없이 들어갔다. 행렬에서 자동차는 한대도 볼수 없었다.

임정요인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앓아 누운 김규식을 입원시켜 달라고 여러차례 관계자에게 요구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서울을 떠날때까지 가지고왔던 약마저 떨어져 고통이 더 심했다. 그는 동료들의 끈질긴 요구끝에 11월 하순경에야 만포 근처의 군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1950년 12월10일 북방의 겨울답지 않게 이날은 휘몰아치던 눈보라도 멎고 햇볕이 포근하게 내리쬐었다.

김규식은 이날 따라 기침도 덜하고 통증도 가셔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는 마침 이날 오후 간병하던 권태양이 자리를 비운사이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태양이,태양이 " 하는 말을 남기고 말없이 잠드는 듯하더니 이내 숨지고 말았다.

그의 비보를 듣고 달려온 조소앙은 "이 양반아,이렇게 가면 어떻게 하나. 여기가 어딘데 통일도 보지 않고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울부짖으며 싸늘한 시신을 붙잡고 흔들었다.

영결식은 12월12일 오전 영안실 앞에서 엄수됐다. 원로들은 손으로 영구차에 실린 관을 치며 "이게 웬일이요,여기가 어디라고 이 길을 가시나요"하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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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91년 10월 3일 2면 기사내용

신경완 전 북한정무원 부부장 공개(증언 납북인사 그때 그순간 2) 탈진 김규식 입원요구 거부당해
요인들 "떨구고 가시오" 호소외면 강제 승차
병세 악화 유동열 경비병-수행원이 업어 11월 중순 만포 도착 미리온 협상파등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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