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총리회담의 우리측 대표단이 22일 평양에 간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총리이하 우리 대표단에 꼭 한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번 북행길에서 우리의 납북 인사들에 관한 북한당국의 정직-정확한 공식 소명과 자료제공을 요청해 달라는 것이다.
9 28수복당시 북한 당국자들은 수많은 지도급 인사들을 강제로 끌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시종 납북 이 아니었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던 차에 최근 전 북한 당국자였던 신모씨가 그 때의 모시기작전 의 내막과 납북 인사들의 비참한 최후에 관한 증언을 해옴으로써 북의 행위가 최초로 폭로되었다.
그러나 신씨의 증언은 북한 당국의 공식진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좀더 분명한 확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북한당국 역시 이제는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마당에 진상공개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수많은 이산가족들 가운데서도 납북인사 가정의 고통은 각별한 바가 있으며,그 가족과 유족들은 아직도 그때 이후의 악몽을 떨쳐버릴 수 없어 평생의 한을 씹으며 살고 있다. 남북 관계의 개선이나 통일에 관해 아무리 그럴듯하고 거창한 미사여구를 되뇐다 해도 이 납북인사 가족과 이산가족들의 한을 우선적으로 풀어주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그런 회담들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북한 당국은 이데올로기나 거창한 정치-군사문제 또는 혁명과 사회주의 같은 것보다도,이산가족과 납북자 가족들의 비통한 처지를 조금이라도 우선적으로 개선해주는 것이 얼마나 더 시급하고 가치있으며 절실한 것인가를 진정으로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비극을 덮은채 그것을 딛고 서있는한 그런 혁명 추구는 한푼의 값어치도 없는 것이다.
우리 대표단 또한 남북 접촉이 가져올 그 어떤 정치적 반사효과에만 행여 집착하지 말고,납북인사들에 관한 자료요구 등 당연히 제기할 문제를 당당히 들고나서는 의연함과 품위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만 해도 우리는 방응모 전 사장의 납북후 사정과 그 최후의 모습을 알아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남북 총리회담에 천명하면서,우리 대표단의 성의있는 활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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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91년 10월 18일 3면 기사내용 |
